사랑이 꼭 쿨해야만 하나?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이제는 옛날 노래가 되어버린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쿨한 연애, 쿨한 사이 이런 말 참 많이들 합니다. 만날 때도 쿨하게 만나고, 헤어질 때도 쿨하게 헤어진다죠? 대강 저 말 뜻 그대로 해석하면 서로 끌리면 만난다. 서로에게 간섭하지도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마음이 식으면 빠이빠이 한다. 매달리지도 않고, 미련도 같지 않는다. 뭐 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말 그대로 아주 시원시원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것이 요즘 시대의 연애 트렌드라고도 합니다. 예전에는 남녀가 길에서 손잡는 일도 어렵던 시대가 있었지만, 시대는 변했고, 그만큼 마인드 자체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쿨하지 못하면 찌질하거나 구닥다리처럼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감정도 꼭 트렌드를 따라 쿨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누군가가 가슴속에 들어왔을 때 "너 딱 내 스타일이야. 우리 함 만나볼까?"라고 하기보단, 어떻게 마음을 전할까 혼자 전전긍긍해하며 머리 굴리는 것. 사랑한다는 고백 한마디를 하지 못해 몇 시간째 쓸데없는 소리만 주절주절하며 말을 더듬곤 하는 것.


육체적 사랑을 나눌 때에도 "우리 한번 시원~하게 하자!" 보다는, 촌스럽긴 하지만 막차가 빨리 끊기길 바라며 귀여운 수작(?)을 부리는 것. 손만 잡고 잔다며 말 같지도 않은 말로 꼬시고, 또 알면서도 넘어가 주는 것.


늦은 시간 전화가 되지 않는 것에 걱정되어 집까지 찾아가 보기도 하고, 저스트 프렌드라고는 하지만 다른 이성과 술이라도 마신다면 하루 종일 짜증 나서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안절부절 하는 것. 상대가 짜증 날걸 알면서도 이래저래 간섭하고 적당한 집착(?)도 보여주는 것.


이별을 할 때에도 "그동안 즐거웠어. 잘가!" 보단, 헤어짐을 잊지 못해 가슴 아파하며 몇 날 며칠을 술로 밤을 세는것.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젠 TV 드라마 속 옛날 회상 장면에나 나올법한 지금은 사라진 일이지만) 몇 번이나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결국 전화해서 "여보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눈물 흘리며 전화 끊고 후회하는 것.


요즘 젊은 분들은 이런 것들을 고리타분한 구식이라고 하겠지만, 왠지 이런 후진(?) 방식들이 더 애틋하고 인간적이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쿨하지 못한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이별도 경험하겠지만 그런 과정들을 통해 더욱 성숙해 가는 것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연애 뿐만이 아니라 결혼해서 살다가도 서로 맞지 안으면 쿨하게 헤어지는 경우가 많죠. 엄청난 이혼율이 그런 걸 잘 보여주는데요, 다른 건 몰라도 사랑만큼은 쿨(Cool)하기 보다는 핫(Hot)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